여기서 말하는 히데요시와 요도기미는 『불멸의 이순신』에서 나온 인물들이 아니다. 1985년에 MBC에서 했던 『조선왕조 오백년』 「임진왜란」 편의 정진 아저씨와 이혜숙 아줌마 말이다. 현석 아저씨가 연기했던 선조나 지금은 고인이 되신 김무생 아저씨가 연기했던 이순신보다 훨씬 카리스마 넘쳤던 정진 아저씨의 히데요시.

전쟁이 오래도록 소강상태가 되자 부하들에게 대체 뭐하냐며 오만 짜증을 다 부리는 히데요시. 그런 히데요시를 달래기 위해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다른 곳에 있던 히데요시의 측실 요도기미를 불러오는데,

"합하, 요도기미께서 도착하셨습니다."
"오~ 요도기미!"

요도기미가 왔다는 이에야스의 한마디에 좀전의 짜증은 어디로 가고 갑자기 얼굴에 화색이 도는 히데요시. 그 장면이 너무나 강렬하여 기억 속에 불도장처럼 남았다. 솔직히 말해 「임진왜란」의 다른 장면은 지금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오로지 '요도기미'를 외치는 히데요시의 목소리만 남았다. 뭐랄까, 정말로 우습게도 비본질적이고 지엽적인 것만 남아있다는 얘기다.

그놈의 기억이 뭐 그러냐고? 7년 전쟁 동안 남은 게 고작 히데요시의 목소리와 얼굴이냐고? 어쩌겠나. 그게 제일 가슴에 와닿은 것을... 그런데 그렇다고 해도 무려 25년이라는 긴긴 세월을 넘어서 지금 이순간 내 머리 속에 작업기억(working memory)으로 떠오른 이유는 뭐냐?

Posted by 도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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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메인 화면이 뉴스캐스트로 바뀐 것에 대해 좋고 싫음을 떠나서, 어쨌거나 그 결과 예전에는 가 볼 일조차 없었던 뉴스 제공자 홈페이지로 자주 들어가게 된다. 네이버에서 그쪽으로 이동하는 게 싫어서 뉴스 섹션으로 가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것도 좀 귀찮다. 아무튼 그리하여 요새 MBC 홈페이지로 자주 가게 되는데, 파이어폭스로 보면 눈에 거슬리는 게 있다.


파이어폭스를 사용하는 사람은 이제 어느 정도 익숙해진 경고 문구일 것이다. 의외로 공신력 있는 큰 사이트에서도 이런 게 심심찮게 발견된다. 그런데 MBC는 이런 거 알고 있나? 혹시 파이어폭스 사용자는 얼마 없으니까 괜찮다고 생각하는 건가?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런 거 하나가 사이트의 신뢰도를 갉아 먹는 계기가 된다. 우리는 언론 또는 방송 전문가 집단이지 인터넷 전문가 집단은 아니라고 할 지도 모르지만, 그러면서 멀쩡하게 사이트 운영하는 것도 좀 웃기다. MBC는 이런 사소해 보이는 것도 그냥 넘기지 말고 원인이 무엇인지, 이런 부정적인 문구를 없애기 위해서는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연구해 봐야 할 것이다.

사용자 입장에서도 개인 사이트나 악성 코드를 심을 만한 사이트가 아닌, 즉 잘 알려진 사이트라고 해서 저런 경고 문구가 떴을 때 설마 하고 무시해서는 안 된다. 인터넷 신문사인 데일리서프라이즈도 파이어폭스에서 이런 경고 문구와 함께 사이트 자체가 차단되는 경우가 허다한데, 그 쪽 관계자에게 이런 사실 알고 있는지 알아 보니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그 경고 문구가 오해가 아닌 실제 악성 코드 때문이라는 거다. 즉 해커가 계속 데일리서프라이즈의 홈페이지를 해킹하여 악성 코드를 심어놓고 있다는데, 그 쪽 전산 담당자가 발견할 때마다 부지런히 지워주고 있다는 눈물겨운 소식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결론은 사용자도 단순한 경고로 치부하고 넘어가선 안 된다는 거다.

뉴스캐스트 시행 이후 언론사들은 자사 홈페이지의 트래픽이 늘었다고 좋아할 것만 아니라 이제 포털에 가려져서 드러나지 않았던 그들의 보안 수준이나 사용자에 대한 서비스 수준이 적나라하게 드러날 수밖에 없음을 인지해야 한다. 이제 도매상이 아니라 소매상이다. 더욱 더 손님 맞을 준비를 잘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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