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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3.19 깨어나는 잠의 본능 2

    애초에 처자식 두고 다시 자취를 하게 된 것은 무엇보다도 서울 청주간 이동거리가 너무 아까워서였다. 차라리 기차로 이동하면 그 시간에 책이라도 볼 수 있지만 버스로 갈 땐 5분 이상 책을 볼 수가 없다.[각주:1] 그 외에도 새벽같이 일어나서 통학을 하다보니 아무래도 잠이 부족할 수밖에 없기에 청주에 방을 얻어 자취를 시작한 건 좋았는데...

    취지와는 달리 좀 엉뚱한 곳에서 자취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제껏 봉인되어 있던 잠의 본능이 서서이 깨어나는 것이다. 이동 시간을 온전히 공부하는 시간으로 돌려도 모자랄 판에 그 시간을 잠이 치고 들어오다니 이게 어찌된 일인가.

    지금 자취방엔 덜렁 이불 하나 놓여있는 것 말고는 아무 것도 없다. TV도 없고, 인터넷도 안 된다. TV는 조만간 연결할 생각이지만, 며칠 간의 고민 끝에 인터넷은 연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방학 때엔 사용하지도 않을텐데 이용요금을 낸다는 것은 내 세계관으로서는 용서할 수 없는 일 아닌가. 아무튼 그래서 현재로선 자취방에 기어들어가는 순간 외부와는 완전 단절이다. 그러다 보니 방은 언제나 적막강산이다. 그렇다면 집에서 학생의 글 읽는 소리가 낭랑하게 울려야 할 것 같지만 현실이라는 게 어디 그런가.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 싶은 게 인간의 본성이라더니 지금의 내가 딱 그렇다. 책상은 커녕 밥상도 없으니 책을 보려면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아서 보거나 아니면 엎드려서 볼 수밖에 없다. 이런 자세로 책을 보다가 문득 정신 차리면 불은 훤하게 켜 놓은 채 잠들어 있던 나를 발견하게 된다. 시계를 보면 거의 언제나 새벽 두 시다. 이때쯤 깨는 것은 보일러를 켜 놓고 자지 않으면 딱 이 시간에 방이 추워지기 때문이다. 새벽 두시에 뭘 하겠나. 불 끄고 다시 자야지 뭐...

    덕분에 아침엔 상쾌하게 일어난다. 하루 9시간 이상 자는데 당연하지 않겠나. 그런데 그것 말고는 남는 게 없다. 이래선 안 된다. 오늘부턴 도서관에서 늦게까지 버티다 돌아와야겠다.

  1. 가끔씩 옆자리에서 이동하는 내내 책을 들여다 보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때마다 신기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지만, 나로선 옆에서 그저 쳐다만 해도 속이 울렁거린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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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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