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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장사

답사 2008. 3. 30.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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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 다녀온 경북 유적 답사지의 첫번째는 상주시에 있는 남장사(南長寺). 경북 8경의 하나이다. 823년(신라 흥덕왕 7년) 진감국사가 창건하여 장백사(長柏寺)라 하였으며, 1186년(고려 명종 16년) 각원(覺圓)이 지금의 터에 옮겨 짓고 남장사라 하였다. 고려 때까지 번성하였으나 조선 초기 척불정책으로 교세가 수그러들었다. 하지만 임진왜란의 영웅 사명대사가 당시 금당이던 보광전(普光殿)에서 수련하면서 선교통합의 도량으로 자리잡았다. 임진왜란 당시 불타 1635년에 중창하였으나 절 전체의 모습은 비교적 잘 간직해온 편이다. 보물 990호 철불좌상, 922호 보광전 목각탱, 923호 관음선원 목각탱 뿐만 아니라 감로왕도도 볼만하다.

    여기까진 절에 안 가 본 사람도 누구나 얘기할 수 있다. 그런데... 첫 답사지인 만큼 상큼하게 시작하려 했으나 상황이 영 도와주질 않는다. 남장사의 심장은 보광전이다. 남장사를 보러 왔다면 철불좌상과 목각탱을 보러 온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가 보광전 앞에 자리를 잡고 발표자가 설명을 시작하려는 순간 사찰 측에서 마이크 사용을 못하게 했다. 곧 예불이 시작되니 조용히 하라는 것이다. 머리 속에 갑자기 떠오르는 하나의 장면. 작년 가을 악명 높았던 오대산 적멸보궁식 문전박대의 재현이다. 표면적으로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으나 결론은 언제나 똑같다. 결국 '돈 안 되는 것들은 가라'는 얘기다.

    사찰에서 고성방가하는 취객도 아니고 학생들이 공부를 하러 먼 길을 달려왔다. 그런데 시끄러우니 가란다. 마이크 소리도 그렇고 아무래도 젊은 학생들이 모이면 떠들 수도 있고 사진이라도 한 컷 찍을라 치면 더욱 소란스러워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런 것들이 수행에 방해가 된다고 말한다면 그건 벌써 수행이 아니지 않은가. 찾아온 사람을 쫓아내는 사찰이 존재 의미가 있을까. 시주하러 온 사람이라도 이렇게 박대할까.

    역사적으로 얼마나 유서 깊을지는 몰라도, 얼마나 가치 있는 유물을 소장하고 있는지는 몰라도, 중생을 내치는 절은 이미 절이 아니고, 시끄럽다고 수행을 못하는 중은 이미 중도 아니다. 그들이 공원 매표소 직원과 다를 게 뭐가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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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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