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나도 바람이 차가워서 그동안 애들 데리고 나들이하기가 쉽지 않았다. 덕분에 주말 이틀 동안 애들이랑 집에서 씨름하느라 지치고 늙어가는 엄마 아빠. 이번 주말엔 일요일에 날씨가 좋으면 만사를 제쳐놓고 나들이하리라 맘먹고 있었는데, 마침 나가기 좋은 날씨를 만났다.

할인점에 가는 것도 좋아 죽는 딸들인데 공원에 가자고 하면 어떻겠나. 아주 방방 뜨고 난리가 났다. 간신히 진정시켜 옷 입히고 나섰다. 공원에 조금 일찍 도착했나? 정오가 조금 지난 시각인데도 생각보다 사람이 적다. 따스한 햇살 속을 걷는 게 좋은 엄마와는 달리, 월드컵공원이라 하면 바로 놀이터가 생각나는 큰딸의 성화를 이길 수 없다.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히도록 뛰어노는 언니, 놀이터에서 놀기엔 좀 어리지 않나 싶었지만 제법 미끄럼틀도 잘 타는 동생. 귀찮아서 그렇지 막상 이렇게 밖에 나오면 집안에서 애들이랑 밀고 당기는 것보다 훨씬 맘 편하다. 물론 조금 걷다가 바로 엄마에게 안아 달라는 둘째 덕분에 엄마의 체력적인 부담이 커진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 이제 날이 추워서 외출 못한다는 핑계는 대기 어려우니 별 일 없으면, 아니 별 일 있더라도 휴일에는 애들 데리고 나와야겠다.

뛰어놀았으니 배고픈 것은 당연지사. 집에 오는 길에 늘 가는 중국집에서 자장면과 탕수육까지 먹고 나니 적당히 배부르고 또 적당히 피곤하다. 집에 도착하여 먼지 뒤집어쓴 아이들을 목욕시키고 나니 벌써 남자의 자격 할 시간이다. 일요일 하루 정말 금방 간다.

Posted by 도그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