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의 꿈에다 굳이 테마를 붙이자면 '형제' 정도가 아닐까. 아무튼 동생이 나오는 꿈을 꾸었다. 우리 형제가 지금처럼 결혼해서 떨어져 살기 전으로 돌아가 있었다. 사는 곳은 처음 보는 곳인데,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다락방에서 바라보는 바깥 풍경에 물이 있는 걸로 보아 바닷가나 강가, 또는 호숫가가 아닐까 싶다. 다락방의 창을 통해 바라보는 풍경은 꿈 속에서도 다소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만큼 아름다웠는데, 동생은 내가 생각하는 만큼 경이롭다고 생각하지는 않는 것 같았다.

형제가 그렇게 창밖을 보며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 갑자기 두 분 외삼촌께서 다락방에 올라오셨다. 외삼촌들도 지금이 아닌 젊었을 때, 즉 우리가 어렸을 때의 모습으로 돌아가 계셨다. 외삼촌들은 먹을 것을 싸가지고 올라오셔서, 그 자리에서 간단하게 자리를 잡고 우리 넷이서 식사를 했다. 정찬까지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간식이라 하기엔 좀 거한 음식이었다. 내가 물어보진 않았지만 그 때 정황으로 보아 외삼촌들이 멀리서 놀러 오신 게 아니라는 것은 거의 확실했다. 말인 즉슨, 우리 형제와 외삼촌 형제가 한 집에서 살거나, 최소한 한 동네에서 산다는 얘기다. 그리고 꿈 속에서 나는 그 사실에 대해 너무나 당연하고 또 자연스럽게, 즉 그렇게 모여 사는 것을 전혀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식사 후에 외삼촌들이 내려가시고 나도 삼촌들을 배웅하러 다락방을 내려오면서 슬며시 다른 꿈으로 넘어갔는데, 뒤의 꿈도 그렇지만 앞의 꿈도 금방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보통은 잠에서 깨는 순간, 또는 잠에서 깨어 물 한 잔 마시면서 좀전의 꿈을 다 잊어버리기 마련인데 오늘은 꽤 오래 간다. 등장인물들이 좀처럼 내 꿈에 나오는 사람들이 아닌데 오늘따라 한꺼번에 다 나와서 인상 깊은 것 같기도 하고, 형제들끼리 모였다는 게 신기해서 꿈이 오래가나 싶기도 하고, 꿈 속에서 본 풍경이나 다락방 정경이 좋아서 그런가 싶기도 하다.

어쨌거나 요즘은 명절에도 잘 모이기 힘든 가족·친척들. 심지어 모두 모여서 산다고 생각하면 꽤 불편할 것 같다. 그렇지만 간밤의 꿈에서만큼은 모여 사는 게 전혀 불편하지 않고 자연스럽고 또 정답기까지 했다. 동생과 나도 예전엔 현재 우리 두 딸처럼 한 이불 속에서 장난도 치고, 서로 싸우다가 부모님께 혼나기도 하고 그랬다. 외삼촌 형제도 어렸을 때에는 아마 그랬겠지. 그러다가 자라면서 서로 각자의 삶을 따라 철새처럼 떠났겠지. 祭亡妹歌에서 노래하는 것처럼 '한 가지에서 나서 가는 곳 모르게 된' 것이겠지. 한 번 가지가 나누어지면 비록 그것이 뿌리쪽으로는 연결되어 있다 하더라도 다시 돌아갈 수는 없다. 하긴 그래서 가끔 이렇게 꿈속에서나마 돌아보는 게 아닐까.

방금 전에도 한 몸처럼 뒤엉켜 노는 딸들이 나중에 자라서 각자의 삶을 살면서 한 번쯤은 오늘을 기억할 수 있으려나. 작년 연말에 동생이랑 술 한 잔 하기로 했다가 약속이 깨졌는데, 그 이후로 다시 약속을 잡지 못했다. 다음 주에 연락 한 번 할까...

Posted by 도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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