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다리미랑 얘기하다가 학교 다닐 적 수학 얘기가 잠깐 나온 적이 있었다. 그리고 집에 와서 보니 책장에 아직도 꽂혀 있는 Lang의 『Linear Algebra』. 허허... 이게 아직도 꽂혀 있구나. 정말 명줄이 긴 놈이구만...
대학 1학년 3월에, 그러니까 아직은 공부가 날 싫어하기 전일 때, 학교 구내서점에서 산 책이다. 아마 하숙집의 경영학과 선배의 권유로 샀을 거다. 경제학과에서는 공식 교재로 Lang이 아닌 정필권 교수가 쓴 촌스럽게 시퍼런 표지의 『경제수학』을 쓰고 있었다. 그러니까 난 당시만 해도 안 해도 될 짓을 하던, 즉 오버질을 제대로한 학생이었던 셈이다. 물론 이건 전적으로 내 책임만은 아니다. 그 선배가 경제수학을 하려면 이 정도의 책은 기본적으로 봐야 된다고 해서, 누구나 사서 보는 줄 알고 산 거다. 그 다음주에 진실을 알게 되었지만, 이 책이 있다고 공부를 못하는 건 아니잖은가. 그래, 공부하자는데 무슨 말이 더 필요한가... 그래서 그냥 봤다.
당연히 이 책을 끝까지 본 건 아닌데, 내가 파란 『경제수학』을 너무나 사랑하게 되어서가 아니라, 공부가 날 싫어하게 되어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내가 이 책을 버리지 못한 건, 설마 아직도 나에게 수학에 대한 미련이 남아서인가... 모를 일이다.
아무튼 한편으로는 반갑고 또 한편으로는 어색한 마음에 요즘도 이 책을 파는지 인터넷 서점을 뒤졌더니 역시 팔고 있다. 그러나 가격에 쓰러진다. 7만원이 넘는단다. 그때랑 지금이랑 Third Edition에서 판수도 올라가지 않았는데, 설마 이 가격에 사는 사람이 있나? 이렇게 무식하게 비싸다는 건, 다시 말해서 모두들 복사해서 쓴다는 얘기가 되나? 그 때도 그렇게 비쌌다면 내가 샀을 것 같지 않은데... 생각하긴 싫지만 혹시 그 무시무시한 가격에도 공부하겠다는 일념으로 책을 지른 건 아니겠지... 아닐 거다. 그럴 리가 없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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