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히 내가 아는, 그것도 꽤 오랫동안 알고 지낸 어떤 여자와 흥미진진한 모험을 하는 꿈을 꾸었는데 ...

잠에서 깨는 순간 머리 속에서 그가 누구였는지 깨끗하게 날아가 버렸다. 어쩜 이렇게 까맣게 잊어버릴 수가 있나. 좀전까지 함께 적들에게 쫓기면서 몇 번이나 위기의 순간을 넘겼는데 말이다. 아직도 힘들게 계단을 뛰어올라갈 때 숨차던 느낌이 그대로 남아있는데 말이다.

아... 이 글을 쓰다가 어머니 전화를 받느라 몇 분이 더 지난 지금, 그가 과연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람이었는지도 확실하지 않다. 이름은커녕 얼굴도 생각나지 않는데 아는 사람이라 할 수 있겠나. 흥미진진한 모험이라고 생각했지만, 조금만 더 거리를 두고 생각해 보면, 그렇게 신나는 모험도 아니었다. 원래 둘이서 시작한 모험도 아니었고, 전체 일행은 적들이라고 생각되는 어떤 집단에게 모두 잡히고, 둘만 용케 빠져나와 쫓기는 내내 난 불안에 떨어야 했고, 영국 드라마 '닥터후'를 표절한 방법을 통해 위기를 탈출해서 잠깐 안도했으나, 이내 다시 우리가 사는 시간과 공간으로 돌아가게 되면 그땐 어쩌지 하는 걱정을 했다.

이젠 정말 그 모든 것이 안개 속에 가려져 어느 것 하나 선명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심지어 자고 일어나서 머리까지 아프다. 별 꿈 아니었나 보다.

Posted via web from monpetit's posterous

Posted by 도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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