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엔 남부 지방에 물폭탄이라더니 오늘은 중부 지방이 딱 그렇다. 얼핏 뉴스를 보기엔 잠수교가 잠겼다던데, 우리집은 멀쩡한가 모르겠다. 그렇잖아도 지난 비는 은평구가 제일 많이 내렸다던데. 이번 비는 또 어떨지...

아무튼 아침부터 고민이었다. 도서관에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집에 있자니 방바닥에 엎드려 하는 공부가 대체 몇 시간을 갈 것이며, 밥 때는 또 어찌 할 건가. 그렇다고 가방 싸서 도서관에 가자니 예사 비가 아니다. 지난 밤 먹은 닭 냄새가 진하게 베인 반바지를 다시 입고 가는 것도 언짢은 일이지만, 그렇다고 이 비에 긴바지는 자살이나 다름 없다.

이렇게 뭉그적거리다 보니 어느새 12시가 다 되어 간다. 이러다간 아무 것도 못하고 배만 고파지겠다 싶어 얼른 가방 싸들고 나왔는데... 도서관에 올라와서 가방을 열어 보니 책이 다 비에 젖어버렸다. 옷이야 말리면 되지만 한 번 젖은 책은... 가방 속까지 다 젖어서 말리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은데 아무래도 오늘 내로는 쉽지 않겠다. 젖은 책으로 공부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이런 기분으로는 집중이 잘 안 된다. 뭐랄까... 다른 건 몰라도 책만큼은 지켜주지 못했다는 자책감 비슷한 게 있다.

이렇게 몸도 마음도 나 눅눅할 바엔 그냥 방에서 뒹굴면서 짬뽕이나 시켜 먹는 게 나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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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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