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거의 언제나 몇 가지 종류의 인간들로 이루어져 있다.
    세상의 모든 멀미하는 사람은 배가 고프면 멀미하는 사람과, 배가 부르면 멀미하는 사람, 그리고 배고픔과 아무런 상관 없이 멀미하는 사람들로 나눌 수 있다.

    나는 불행하게도 배고프면 멀미하는 쪽이다. 이는 살면서 꽤나 피곤한 상황을 많이 만들어낸다. 왜냐하면 배가 고프면 멀미하는 사람이 거의 언제나 배가 부르면 멀미하는 사람들보다 여행 단가에서 경쟁력이 딸리기 때문이다. 버스 출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순간에도, 바로 버스로 뛰어가야 할지, 아니면 이 급박한 때에 매점으로 뛰어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 빵 하나 집어들었다가 순간, '목 마르면 어쩌지?' 하는 생각에 음료수도 하나 골라야 되고, 빵을 고를 때에도 그 바쁜 와중에 '이건 물렸어. 다른 건 없나. 이집은 다른 빵 좀 갖다 놓지...'

    오늘은 아무 것도 안 먹고 그냥 차를 탔다. 아니, 솔직해지자. 아무 것도 안 먹은 건 아니다. 우유가 잔뜩 들어간 커피를 마시고 탔다. 게다가 엄밀히 말하자면 점심 먹은지 몇 시간 안 되었을 때였다. 즉 든든하진 않더라도 배가 고픈 상태는 아니었다. 그래도 이렇게 차를 타면 언제나 불안하다. '이러다가 배고프면 어쩌지. 그냥 먹고 탈 걸 그랬나...'

    그나마 버스에서 내릴 때까진 괜찮았는데, 지하철로 갈아타서 심하게 멀미를 앓았다. 기차나 뭐 이런 종류는 멀미 안 한다고 누가 그랬나. 어쨌거나 집에 도착했을 때엔 속이 울렁거리고 머리가 어지러워 밥맛도 없었다. 아, 이 한 주는 왜 이렇게 긴지...

    차라리 배가 부르면 멀미하는 사람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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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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