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고, 그래서 사실은 어느 순간부터는 노력을 포기한 게임 장르가 슈팅이다. 오락실 게임의 대명사 갤러그부터 라이덴, 아쏘, 트윈코브라, 제비우스 등등 게임사에서 그렇게 많은 멋진 슈팅 게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혜택을 전혀 못 봤다고 말해도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 없다. 여하튼 뭔가 쏘는 게임은 젬병이다. 쏘는 게임은 잘 쏘는 게 문제가 아니라 잘 피해야 되는데, 결정적으로 난 그게 안 되기 때문이다. 종스크롤이든 횡스크롤이든 심지어 FPS도 마찬가지, 어쩌면 그렇게 적의 총알이 날아오는 곳으로 초개와 같이 몸을 던질 수 있는지... 이렇게 말하고 나니 갑자기 또 울컥해진다.

    그러니 슈팅 중에서도 마니악한 쪽으로 분류되는 탄막슈팅은 어떻겠는가. 말이 필요 없다. 화면을 온통 뒤덮어버리는 총알만 봐도 벌써부터 숨이 막힌다. 이쯤되면 피하기도 싫어진다.

'아니 대체 어쩌라고...'
'이걸 지금 나더러 피해 보라고 쏘는 거냐.'

    기가 막힐 따름이다. 이런 망할 놈의 게임을 만든 놈이 바로 옆에 있었다면 그놈 대갈통부터 쏴 버렸을 거다.

    그런데 재밌는 건, 이런 말도 안 되는 게임이 불현듯 하고 싶어질 때가 있다는 사실이다. 까맣게 잊고 살다가도 밥을 먹다가, 책을 보다가, TV를 보다가, 화장실에 앉아 힘을 주다가, 문득 '뭔가 상큼한 거 없나...' 하는 생각이 들 때, 빗발치는 총알 사이를 피하면서 느끼는 스릴과 카타르시스를 맛보고 싶은 거다. 이런 게임의 묘한 맛은, 처음엔 절대로 피할 수 없을 것 같던 적의 탄막을 어느새 조금씩 피해가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스스로 대견해한다는 데에 있다.

    건데모니엄 리컬렉션은 탄막슈팅 중에서 비교적 나같은 슈팅 젬병도 하기 쉬운 게임이다. 이름에 리컬렉션이 붙은 이유는 게임 개발팀이 예전에 출시했던 건데모니엄을 리메이크해서 내놓았기 때문이다. 식신의성 같은 종스크롤이 아니라 이 게임은 횡스크롤인데, 탄막슈팅이 다 그러하듯, 게임 설정이나 내용 같은 건 거의 없다. 그저 주어진 총으로 열심히 쏘고, 열심히 피하고, 폭탄 마구마구 던져주면 된다.

게임 시작 화면. 한눈에도 made in japan 분위기가 난다.


    캐릭터 선택 메뉴가 있다 하더라도 이 게임은 한 캐릭터밖에 없기 때문에 의상만 다르게 보인다. 이렇게 외형적으로는인 큰 차이가 없으나 기본 장착 총과 마나 스킬, 폭탄의 종류를 다르게 사용할 수 있다.

캐릭터 선택 메뉴다


    슈팅 젬병이 가끔 필 받아서 하는 게임이면 말도 안 되게 쉬운 게임 아닌가 하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런 걱정은 할 필요 없다. 이렇게 말하고 있는 나도 실은 스테이지5를 아직도 못 넘고 있다. 그것도 아주 쉬운 모드로 해서 말이다.

보스 아니다. 스테이지5의 처음에 나오는 언니다. 아주 밉다.


    삶의 의욕이 떨어질 때, 봄 탄다 싶을 때, 입맛이 없을 때, 요런 게임 한 번 하면서 아무 생각 없이 총알 갈겨 주고 나면 잠깐이나마 활력소가 되지 않겠나. 하긴 나처럼 한 스테이지만 며칠 째 하면 절망감이 더 커질 수도 있겠지만.

어영부영하다가 탄막에 갇히려고 한다.ㅜㅠ


    게임의 출처는, 음~ 모른다. 눈치껏 알아서 구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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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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